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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이직 썰: 최악의 리크루터, 최악의 회사

aaamy91 2022. 11. 11. 09:28

리크루터들의 전화

구직 사이트들에 status 를 open to work 로 바꾸니 리크루터들의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물어보는건 다들 비슷 했다.

왜 현재 회사를 떠나려 하는지, 다음 포지션에서 바라는 것, 현재 하는일 설명, 비자 상태, 연봉 등등이었다.

다른건 있는대로 대답했고, 연봉은 조금 뻥튀기를 시켰다. 한번 들어가고 나서는 연봉을 올리기가 힘들기 때문에 들어갈 때 높여서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실제로 받는 연봉이 만원 이라면, 리크루터들에게는 현재 회사에선 만천원을 받고 있고, 이직하는 회사에서는 만삼천원을 받고 싶다 라는 식으로 했다. 이래야 이직을 하더라도 최소 만천원을 받을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지원

리크루터들은 내 CV 를 보고 전화하는 거기 때문에 들고오는 포지션은 모두 C++ 포지션 뿐이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C# 을 사용하는 회사를 알아봤다.

다만 거의 모든 회사가 C# commercial exprience 를 필수로 해놔서 지원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었다.

사실 이 때쯤 거의 반포기 상태로 다시 C++ 포지션들을 지원하고 있었다.

그러다 C# 포지션 Job desciption 에 willingness to always learn 같은 문구가 있으면 cover letter 와 함께 지원했다. 이런 C# 포지션을 세 곳 정도 쓴거 같은데 모두 결과가 좋지는 않았다.

모두 서류에서 바로 커트당했다. 피드백 없이 탈락(무응답)이라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 C# 으로 일 한 경력이 없기 때문인게 뻔하다.

차라리 그 회사에 다이렉트로 지원하는 거면 커버레터로 어떻게 어필할수 있었을것 같은데 모두 리크루터한테 걸러진거라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영국에선 정말 경력을 중요시 하는구나 생각했다. 근데 사실 한국도 비슷할것 같긴하다.

최악의 회사, 최악의 리크루터

그러다 이번 이직 과정에서 최악의 리크루터와 최악의 회사를 만났다.

링크드인에 꽤나 괜찮아 보이는 임베디드 개발자 포지션이 올라왔길래 지원을 했다.

얼마 안있어 내가 지원했던 포지션 담당 리크루터에게서 전화가 왔고 다른 리크루터들과 비슷한 질문들을 했다.

근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는데, 연봉 얘기를 할 때 내가 만삼천원을 원한다고 하니 그건 내 경력에 좀 힘들수도 있을것 같다고 얘기를 했다.

지금 까지 수 많은 리크루터들에게 내 연봉이 만천원이니 다음 회사에서는 만삼천원을 받고 싶다고 했을 때 다들 알았다고 했지 그건 힘들것 같다고 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 리크루터가 생각하고 있는 회사의 연봉이 짜서 그랬던거 같다.

여튼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내가 지원한 곳 보다도 나은 곳이 있다며 다른 포지션을 소개해줬다.

맨체스터에서 임베디드 쪽으로 SI 처럼 프로젝트를 따와서 개발하는 회사였는데

SI 라서 여러 프로젝트를 하니 언어는 물론 여러 다른 기술들도 배울수 있는 좋은 기회 같았다.

다만 문제는 Job description 을 보내달라고 했는데 보내지 않고 내 CV 를 회사에 먼저 보냈고, 거기서 내 CV 가 맘에 든다고 면접을 보자고 했다는 것이다.

좀 많이 짜증나긴 했지만 그래도 서류는 통과한 셈이니 면접을 잡았다.

그 결과는?

 

 

오퍼를 받았는데 거절함

저번주에 본 면접 결과가 나왔다. 신혼여행 전에 오퍼 받고 가면 기분 좋겠다 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거라...

blog.naver.com

이 회사가 위 글에 나온 그 회사였다.

오퍼를 받으면서 했던 통화는 정말 내 멘탈을 나가게 했다.

C++ 경험도 있고 기술 면접도 잘 봤다. 하지만,

이 경력도 없고, 저 경력도 없고, 이것도 해본적도 없고, 저것도 해본적도 없으니

우리가 줄수 있는건 9천원이다 이런식의 오퍼였다.

그러면서 수습기간이 끝나면 연봉협상을 하고, 또 매년 뭐 협상을 하고 뭐 연말에 보너스도 준다는데

내가 지금 만천원 받는다고 했는데도 9천원을 연봉으로 제시하는거 보면 내 실제 연봉을 들었으면 얼마까지 낮췄을까 하는 생각과, 지금도 이렇게 후려치는데 연봉협상 해봤자 얼마나 줄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어이가 없어서 일단 생각해본다고 하고 끊었다. 그리고 얼마 안있어 리크루터에게 전화가 와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연락이 왔다. 나도 이거 배울수 있는 좋은 기회 같은데 연봉이 너무 작아서 고민이라고 했고, 만천원까지만 맞출수 없겠냐고 물어봤다.

원격 포지션이었으면 그냥 현재 연봉인 만원까지만이라도 맞춰달라고 했을텐데 수습기간 6개월 동안은 주 5일 강제 사무실근무에 수습 끝나고 나서도 일주일에 2~3일은 사무실 근무라 교통비까지 따지면 지금보다 적자라 만천원을 요구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국 돌아온 답은 자기들이 줄수 있는건 9천원이고 한푼도 올려줄수 없다는거였다.

여기서 리크루터가 약간 빡치게 했는데 커리어냐 연봉이냐 선택하라는 식으로 약간의 압박을 가했다.

고민끝에 거절을 하고 멘탈이 나간채 하루를 보냈던거 같다.

이 다음날이 신혼여행이었는데 도착할 때 까지도 정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정말 내 가치가 이것밖에 안되나?

다른 분야로 가려면 이 정도 페이컷을 감수 해야 하나?

C++ 만 계속 사용해야 하는건가?

결국 다른 분야로는 못가는건가?

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었다.